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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녹터널 애니멀스』- 속물적 사랑에 대한 창의적 복수

by mommics 2022. 6. 19.
 
영화 포스터

 

1. 폭력적이고 슬픈 이야기

성공해서 모든 걸 다 가진 남부럽지 않은 수잔은 자신의 상류 생활에도 불구하고 뭔가가 불행하다는 점을 발견합니다. 그래서 친구로부터 정신과 상담을 권유받기도 하지만, 모든 걸 다 가졌는데 자신이 불행하다고 말할 자격이 있을까 하는 자책도 할 만큼 고민 중에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19년 전에 헤어졌던 첫사랑이자 전남편인 에드워드로부터 『녹터널 애니멀(야행성 동물)』라는 제목의 소설의 첫 독자가 되줄 것을 당부하며 곧 세상에 선보이게 될 원고를 받게 됩니다. 에드워드로부터 받은 그 소설에 담긴 이야기는 굉장히 폭력적이고 슬픈 이야기로 이 영화는 액자식 구조를 통해 소설 속 이야기와 수잔의 현재와 회상을 번갈아 오가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수잔은 점점 더 소설 속 이야기로 빠져들면서 오래전 풋풋하고 선하게 다가왔던 에드워드를 다시 회상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어머니의 반대를 무릎쓰고라도 결혼했지만 결국 냉소적 기질의 현실주의자였던 수잔은 헌신적이었던 에드워드를 버리고 자신을 더 근사하게 만들어 줄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겼습니다. 

 

이는 어머니가 예언한 대로 수잔 역시 자신의 어머니를 닮고 있었던 것입니다. 수잔의 어머니는 딸의 남자친구인 에드워드를 굉장히 부서지기쉬운fragile 연약한 남자로 봤었고, 그와의 사랑은 되지만 결혼은 절대 안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수잔 역시 에드워드를 그렇게 보려하지 않았지만 결국 그 자신도 자기 어머니의 시각으로 에드워드를 보게 됩니다. 에드워드의 습작들을 읽고서도 그녀는 여전히 탐탁치 않아 합니다. 

 

하지만 수잔은 에드워드가 다른 종류의 강함 곧 그 자신과 사랑하는 이에 대한 신뢰로서의 힘을 갖고 있다는 점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그를 버립니다. 그것도 매우 <야만적인 방법>brutal way으로..

 

"가장 창의적으로 자신을 드러냈는데
사랑하는 사람이 그걸 몰라준다고 말하면
기분이 어떤지 알아?"

"When you love someone you work it out. You don't just throw it away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노력해 그냥 포기하지 마

You might never get it again
그걸 영원히 놓치는 수가 있어"

 

수잔 스스로도 자신이 야만적인 방법으로 에드워드를 버렸다는 점을 알고 있었습니다. 카톨릭 신자임에도 수잔은 에드워드의 아이를 낙태시켰고 또한 다른 남자에 품에 안겨 있는 모습까지 그만 에드워드에게 들키고 만 것입니다. 그렇게 헤어졌던 그 에드웨드에게서 수잔에게 바치는 소설 원고가 도착했던 것입니다. 

 

수잔은 에드워드가 오래전 자신을 <녹터널 애니멀>로 부르곤 했다는 것을 기억합니다. 그런데 이제 탈고를 끝내고 보내 온 그 소설의 원고 제목도 <녹터널 애니멀>이었고, 그 내용 역시 매우 폭력적이고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2. 상처를 봉합짓는 창의적인 복수 이야기

 

에드워드가 쓴 이 소설의 내용은 참으로 잔혹한 슬픈 이야기지만, 이것은 에드워드가 수잔으로부터 받았던 심적인 상처가 그만큼 컸었다는 점을 말해주는 극화된 장치이기도 합니다. 소설 속 주인공 남자는 매우 여리고 약합니다. 이는 에드워드 자신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반면에 수잔은 첫사랑이었던 에드워드로부터 소설을 받고 읽어가면서 점점 더 그에게 빠져드는데, 다시 예전에 에드워드에게서 느꼈던 기억들이 되살아나면서 참으로 오랫만에 순수한 마음의 설레임을 경험합니다. 그래서 에드워드에게 이메일을 보내 서로 만날 약속을 정하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분명 사랑과 신뢰를 깨트린 상처 그리고 상처를 봉합짓는 창의적인 복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창의적 복수라 함은 마지막 장면에 나오지만 수잔에게 이를 자각하도록 일깨워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분명 수잔은 에드워드를 유혹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나갔었습니다. 결혼 반지도 끼지 않고 나간 자리였습니다.

 

이 영화는 수잔의 작품 전시회가 나오는 오프닝 장면이 매우 강렬한데 정작 수잔은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총체적 쓰레기>Total junk일 뿐이라고 평가합니다. 어떤 면에서 현대의 속물적 욕망들을 전시한 것이라 여겨집니다. 

 

그런데 여기엔 그녀 자신도 돌아보면, 결코 예외가 아니었음을 수잔은 마지막 장면에서 자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는 맨 마지막 수잔의 자조적 표정과 눈빛에서 읽은 필자의 해석일 수 있습니다. 어쨌든 수잔의 기억 속에 있던 그 순수했던 에드워드는 더 이상 오지 않습니다. 

 

저는 톰 포드라는 감독의 영화를 처음 봤었지만 상당히 인상적인 미장센과 매끄러운 교차 편집이 주된 장기인 것처럼 느껴졌었습니다. 원래는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였다가 영화 감독으로 전환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 영화에 대한 감독의 인터뷰를 보니까 역시 이 영화가 <관계와 충성심>connection and royalty에 관한 영화라는 점을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정녕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현재의 그 선택을 믿고 놓치지 말라는 것입니다. 

 

참고로 이 영화의 주된 긴장감들은 거의 대부분은 소설 속 내용에 기인합니다. 영화 자체는 멜로에 가깝지만 소설의 내용은 잔혹한 비극적 스릴러입니다. 지금까지 영화에 대해 말하긴 했지만 정작 소설의 내용에 대해선 말하진 않았습니다. 비극이라는 것만 말씀드립니다. 그러나 이 비극은 주인공의 다시 태어남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19년 동안 쓰라린 상처를 간직하면서 재혼도 하지 않고 에드워드는 자신의 소설 작품을 탄생시켰던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인 <녹터널 애니멀>은 야행성 동물입니다. 이 동물적 모습은 우리 안에 있는 모습일 것입니다. 그러한 야행성 동물은 다시 또 어떤 모습으로 전시될 것인가..

 

수많은 화살에 박혀 있는 박제된 말..
욕망의 계단을 올라가는 수잔의 모습...
맞닥뜨린 REVENGE 그림...
(이 영화는 곳곳에 오브제를 배치하고 있다.)

영화 속 장면 '박제된 말'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고서 그게 무슨 복수(REVENGE)냐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이로부터 버림받았던 상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작품으로 승화시켰고, 그러면서도 한때 사랑했던 수잔과의 관계도 청산한 에드워드의 자기 성장이 곧 복수라는 것입니다. 

 

이제 그 에드워드는 더 이상 나약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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