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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고라』, 기독교 세력에 살해 당한 여성 철학자 히파티아

by mommics 2022. 6. 12.

영화 포스터

 

1. 여성 철학자 히파티아(Hypatia)를 아시나요?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영화 아고라Agora(2009)는 로마제국 말기 시기에 알렉산드리아를 배경으로 '히파티아'라는 어느 한 여성철학자의 삶과 그리고 그녀와 관련된 인물들 간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당시 기독교와 이교도 간의 종교 분쟁 역시 매우 극렬한 시기였는데, 영화 아고라는 실존 인물이었던 철학자이자 수학자였던 히파티아가 당시 기독교 세력들에게 어떻게 희생당했는가를 드라마로 극화한 것입니다.

 

여성철학자인 히파티아는 "나는 진리와 결혼하였다"라는 언급으로도 유명하지만 당대에서도 그 누구보다도 탁월한 지혜를 발휘했던 학자였습니다.

 

실제 히파티아의 아버지 역시 수학자 테온으로 당시 유명한 학자였고, 이 재능은 히파티아에게도 계승되었으며, 특히 원추곡선에 관한 연구는 그녀의 대표적인 업적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수리과학은 그녀 이후로는 거의 발전을 못했었고, 데카르트, 뉴턴, 케플러 등 근대 철학자와 과학자들의 연구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영화 아고라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특히 위키백과의 내용 중에서 다음의 내용을 참조하면 좋을 것입니다.

 

"기독교 신앙인들은 히파티아의 철학을 사교(邪敎)로 생각하게 되었고, 서기 412년 알렉산드리아의 키릴루스가 알렉산드리아의 주교가 되었을 때 그들을 조직적으로 억압하기 시작했다.

 

키릴로스의 유일한 반대세력으로 보이는 오레스테와 맺은 우정과 신뢰로 인하여 히파티아는 두 파벌 사이에서 정치적 보복을 위한 인질로 붙잡혔다.

 

키릴로스는 대중의 광기에 불을 질렀고, 그를 비방하는 사람들을 제거하기 위해 폭도를 구성하였으며 유대교회를 뒤엎고 행정장관의 지위와 권한을 대부분 장악하였다.

 

키릴로스의 지시를 받은 광신자 폭도들은 대학으로 강의하러 가는 히파티아를 도중에 마차에서 끌어내어 머리카락을 다 뽑고 벌거 벗긴 후 날카롭게 간 굴 껍데기로 피부를 벗겨내는 고문을 하였고 화형에 처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러한 그녀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도 다양하게 전해지고 있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위키백과 히파티아참조)

 

그렇지만 영화 아고라에서는 히파티아를 잔인하게 죽이는 장면까지는 나오지 않고 그냥 돌로 치는 장면으로 완화시켜 보여줄 뿐입니다. 오히려 히파티아가 죽임을 당한 실제 사건은 너무나도 잔인한 방식으로 죽임을 당했었습니다.

 

영화  『 아고라 』 의 한 장면

 

2. 합리적 의심과 함께 가는 종교 신앙은 가능한가?

 

이 영화를 통해서 저로선 종교 신앙의 근본적인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신념 혹은 믿음을 고정화시켜서 강요할 경우 오히려 자유롭게 생각할 권리와 솔직한 의문들을 억압시키는 비극으로도 이어집니다.

 

이 영화는 어떤 면에서 철학과 신앙 간의 대립도 보여준다는 생각도 드는데, 히파티아는 그런 점에서 종교에 대한 흥미를 갖고 있진 않았던 걸로 보입니다.

 

히파티아는 당시의 종교보다 지구 행성과 별의 운행 등 우주와 자연에 대한 탐구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종교는 이미 완결되고 고정된 정답을 갖고 있는 채로 진행될 뿐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종교에선 진리 탐구보다는 오히려 교리를 변호하려는 변증의 길로만 가는 방향이 될 가능성이 클 것입니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양자 택일로 갈라지기도 합니다.

 

진리를 섬길 것인가? 종교를 섬길 것인가?

 

물론 가장 좋은 길은 둘은 하나여야 한다고는 말할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상 종교는 실제 역사상에서 볼 때도 사악한 경우들 역시 매우 많았었습니다. 따라서 현실에선 진리와 종교가 꼭 일치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신앙은 완결된 그 무엇을 갖고서 이를 유지하며 변증하는 길이라기보다 오히려 합리적 의심과 생각을 함께 장려해가는 가운데 끊임없이 지혜를 구해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 영화 아고라는 한 번 보고 말 정도의 그런 영화가 아니고 계속 보고 또 보면서 곱씹을만한 그러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히파티아는 고정된 답이 있는 길이 아니라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는 그러한 길을 선택했습니다.

 

종교 신앙 역시 새로운 시대마다 도전을 받을 수 있고 또한 지금까지의 다양한 인류의 지적 성과들에 따라 수정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천동설에서 지동설로의 변화는 대표적인 것일테죠.

 

자신의 종교 신앙이 수정될 수 있다는 건, 신앙의 변질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큰 성장을 위한 변화로서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내가 믿는 종교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여전히 인간들이 종교를 만들어가는 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철학자 화이트헤드(A. N. Whitehead)의 언급처럼, 종교를 필연적으로 선하다고 보는 건 오히려 위험스런 망상입니다. 종교는 선하기도 하고 또한 사악한 경우도 정말 많았었죠.

 

인류는 이제 종교와 철학과 과학이 함께 소통하는 가운데서 더불어 성장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종교와 철학과 과학이 서로 각기 파편화되는 것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어떤 단일한 통일이나 어느 한 쪽의 일방적 흡수도 아닌 모두가 함께 동반 상승을 갖는 소통의 차원이라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 아고라는 우리 시대에도 종교 신앙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적 성찰과 새로운 재구성의 신앙 모델을 요청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시네시오스, 
넌 네가 믿는 것에 의문을 품지 않어.
그래선 안돼. 
난 의문을 가져야만 해." 
- 히파티아 (영화 아고라의 극중 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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