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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웃집에 신이 산다』우리 시대에 신약 성서가 다시 쓰여진다면

by mommics 2022. 6. 11.

 

1. 개차반 아버지로 나오는 신(God)과 그에 반항하는 딸 에아(Ea)

 

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는 정말 우연히 접하게 된 영화인데, 보고나선 너무 뜻밖의 명품 영화를 만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엔 이웃집에 신이 산다는 짐 캐리의 브루스 올마이티처럼 그냥 흥미진진한 코미디 영화인 줄로만 짐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알고 보면 엄청나게 철학적이고 종교적이며(혹은 반종교적이기도) 인류학적인 영화라고 할 만큼 상당한 감동을 주었기에 결국 리뷰를 쓰게 되었고 추천 목록에도 올려놓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원래 이 영화의 제목은 새로운 신약성서 쓰기쯤 됩니다(원제 Le Tout Nouveau Testament, The Brand New Testament). 영화는 시종일관 감독의 실험적인 사유들이 쉴새없이 유쾌하게 펼쳐집니다.

 

여기서 개차반 아버지로 나오는 하나님(God)은 인간을 지배하고 골려주는 그런 가부장적인 권력적 신이고.. 그 딸인 에아(Ea)는 오빠인 예수처럼 그런 아버지 신에 대해선 반항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 인간이 사는 세계로 와서 6명의 복음서 제자를 찾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사제로 선택받는 이들 6명은 각각 팔이 없는 장애인, 의미 상실자, 성도착자, 사이코패쓰, 고독한 귀부인, 성전환자 등 모두 다 사회를 통상적 점주를 벗어난 낙오자들이거나 일탈자들입니다.

 

에아는 이들에게 각각에 맞는 음악을 통해 치유 및 구원의 길을 알려줍니다. 영화에서 에아는 마치 신약성서의 예수와 같은 그런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소외된 사회적 일탈자들과 함께 하며 치유로의 구원의 길로 알려줍니다.

 

2. <힘에 대한 숭배>는 이제 그만, 문명의 재부팅을 꿈꾸는 영화

 

이 영화를 짧게 평하자면.. 지배하고 군림하는 가부장적인 신(God)에 대해선 종언을 고하는 영화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지배와 군림으로서의 신(God)은 힘 자체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기에 <힘에 대한 숭배로서의 종교>에 대항 영화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곧잘 넘어지는 스케이트 링크장 같은 인생의 한복판에서 의미 상실을 극복하기 위한 모험 여정의 영화로도 볼 수 있겠습니다. 많은 이들이 소외되고 실패된 끔찍한 삶들을 살고 있음에도 이들과 함께 하려는 신의 딸인 에아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럼으로써 인간 해방, 성의 해방, 동물 해방 등등 온갖 억압과 상처 입은 생명들의 해방 영화이자 종교를 비롯해 문명의 재부팅을 꿈꾸는 영화.. 그런 영화가 바로 이웃집에 신이 산다입니다.

 

그러므로 에아의 새로운 신약성서는 나와야 합니다. 그럴 경우 아마도 삼위일체론도 부정될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보면 워낙 아버지인 하나님(God)과 신의 딸이자 현대적 예수의 역할을 맡은 에아(Ea)는 갈등 대립적 관계로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통쾌한 코믹 요소가 웃음을 짓게 하지만, 정말 누구말대로 여기에는 간담이 서늘한 아포리즘(aphorism)이 깔려 있습니다. 그렇기에 하나님 아버지를 믿는 신실한 보수 신앙인이 본다면 다소 불편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마도 이 감독은 적어도 서구 문명을 지배해왔던 하나님에게서 그야말로 폭력적인 군주 제왕의 모습을 본 것만은 분명한 듯 싶습니다. 그런 폭력적 남편과 줄곧 같이 살아왔던 엄마인 여신은 남편의 폭력적인 힘에 억눌려 계속 당해오다가 마지막에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제 새로운 신약성서가 나왔고, 최후의 만찬에 들어갈 사도는 모두 18명으로 늘어났습니다. 물론 이 숫자는 고정된 것이 아니며 여기에는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의 자리이기에 앞으로도 얼마든지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영화&nbsp; 『 이웃집에 신이 산다 』 에 나온&nbsp; &lsquo; 최후의 만찬 &rsquo;&nbsp; 그림

 

그럼으로써 이들의 최후의 만찬은 힘에 대한 숭배로부터 억압당해 있었던 생명들이 모든 차별적 족쇄들로부터 풀려나는 해방의 만찬이 될 것이며, 이들이야말로 새로운 문명의 재부팅의 주역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삶이란 스케이트링크장 같은 것이야...
많은 사람들이 걸려 넘어지지"

 - 극중 대사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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